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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이었던 내가 ‘아니요’를 말하게 된 계기

by 인포리엔 2025. 7. 10.

나는 항상 “그래, 괜찮아”를 입에 달고 살았다. 부탁은 물론, 내키지 않는 제안까지도 대부분 수락했다. 나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주는 게 전부였으니까. 그런 내가 처음으로‘아니요’를 말했던 날, 생각보다 많은 게 바뀌었다.

“예스맨”이었던 내가 ‘아니요’를 말하게 된 계기
“예스맨”이었던 내가 ‘아니요’를 말하게 된 계기

“괜찮아, 이번만”이라는 말의 반복

나의 예스는 거절이 무서워 시작되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누군가에게 실망을 안기면 안 된다고 배웠다. 착한 아이로 자라라는 기대, 모두와 잘 지내라는 말. 그러다 보니 습관처럼 모든 부탁에 “그래, 알겠어”라고 말하게 됐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팀플이 끝나갈 무렵 늘 남은 보고서를 내가 맡았고, 주말 일정까지 맡아준 적도 많았다. 부탁을 받을 때마다 ‘이번만 하자’고 넘겼지만, 그런 ‘이번’은 끊이지 않았다.
그 결과는 뻔했다. 누군가는 내가 늘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고, 나는 점점 지쳐갔다. 더 이상 도와주고 싶지 않은데도 “싫다”는 말을 못했다. 거절을 하면 관계가 깨어질까, 나쁜 사람처럼 보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조차 내가 싫어졌다. 도와준다는 기쁨보다, 억지로 수락하고 후회하는 감정이 더 많아졌으니까. 나는 점점 투명해졌고, 내 감정은 아무도 모르게 뒤에 밀려났다.

 

‘그날’의 작은 용기가 인생을 바꾸다

변화는 아주 사소한 순간에 시작됐다. 회사에서 새 프로젝트에 또 내가 배정되려던 순간, 팀장이 당연한 듯 “이번에도 ○○씨가 하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평소라면 웃으며 수락했겠지만, 그날은 뭔가 달랐다. 피로가 누적된 탓도 있었고, 다른 업무 때문에 일정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속에서는 이미 “안 돼”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나는 무척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른 일정이 이미 잡혀 있어서요.”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 말끝이 흔들리고,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팀장은 그 말을 묵묵히 들었다. 그리고는 “알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지나갔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니요’라는 말이 누군가에게 충격을 주거나 관계를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는 걸. 오히려 단호한 거절이 나의 상황을 보여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실감했다.
그날 이후, 나는 작은 거절부터 시작했다. 무조건적인 ‘예스’를 멈춘 것만으로도 삶이 한결 가벼워졌다.

 

거절은 거리 두기가 아니라 관계의 균형

‘아니요’를 말하기 시작하자, 주변이 달라졌다. 일부 사람은 당황했고, 어떤 사람은 실망했지만, 진짜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들은 오히려 내 변화를 반가워했다.
특히 가까운 친구 중 한 명은 내 거절에 “네가 그렇게 말해줘서 오히려 고마워. 진심이 보여”라고 해줬다. 그 말을 들으면서 느꼈다. 거절은 오히려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이전에는 부탁을 거절하면 ‘벽을 쌓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거절은 경계이자 설명이었다. 내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어떤 상황에서는 어려운지를 상대가 아는 게 훨씬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
물론 여전히 쉬운 건 아니다. 지금도 누군가에게 거절을 하면 잠시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그 감정도 나를 위한 과정이라는 걸 안다.
이제 나는 관계에서 “편한 사람”이 아니라 “솔직한 사람”이고 싶다. 내가 지치지 않고 오래 함께할 수 있도록, 가끔은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배운 지금, 나는 더 이상 예전처럼 살 수 없다.

 

거절은 나를 지키는 첫 번째 문장이다. 처음엔 작고 떨리는 “아니요”였지만, 그 한마디로 나는 나를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예스만 반복하던 시절보다, 지금의 나는 훨씬 진짜 나답게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