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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을 잘 못하는 내가 하루에 한 번 '싫어요'를 말해본 일주일간의 변화

by 인포리엔 2025. 7. 9.

“싫다”는 말을 해본 게 언제였을까? 불편해도, 하기 싫어도, 괜히 상처 줄까봐 참아온 말. 거절보다 감정 표현에 가까운 이 단어를 매일 한 번씩 의식적으로 사용해 보기로 했다. 조심스럽고 불편했던 시도 끝에 마주한 거절이 아닌 '감정 표현'으로서의 싫음을 연습하여 일어난 변화들을 기록해보았다.

거절을 잘 못하는 내가 하루에 한 번 '싫어요'를 말해본 일주일간의 변화
거절을 잘 못하는 내가 하루에 한 번 '싫어요'를 말해본 일주일간의 변화

 

“아 그건 좀…”의 순간 – 처음 꺼낸 ‘싫어요’의 어색함

첫날은 생각보다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다. 내가 참는 성격이라 그런지 싫은 상황이 와도 습관적으로 넘기거나 애매하게 반응해버렸다. 그러다 회식 메뉴를 고르는 자리에서 누군가 매운 음식을 제안하자, 평소엔 조용히 따라갔을 내가 “저는 매운 거는 좀 싫어요. 다른 메뉴도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말하고 나서 순간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분위기를 흐린 건 아닐까, 나만 유별나게 보이지 않았을까 걱정이 밀려왔다. 하지만 의외로 “오 그래? 그럼 다른 것도 보자”는 자연스러운 반응이 돌아왔다. 그때 느꼈다. ‘싫어요’는 생각보다 거창하거나 부정적인 게 아니었다.

이 작은 순간이 이후 행동의 기준이 되었다. 꼭 싸우거나 반발하는 게 아니라, ‘나의 불편함’을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이 실험의 본질이라는 걸 깨달았다. 말하는 나도, 듣는 사람도 한결 편안해지는 경험이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운 시간

3일쯤 되자 ‘싫어요’라는 말 자체보다는 그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예를 들어, 단순히 “그건 싫어요” 대신 “지금 그 말 들으니까 조금 불편해요”라는 식으로 바꿔보기도 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대화가 더 부드러워졌다.

특히 친구와의 대화 중 “너 요즘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전 같으면 웃으며 넘겼겠지만 이번엔 “그 말은 좀 상처예요. 그냥 제가 요즘 예민하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네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친구는 당황했지만 곧 사과했고, 대화는 오히려 더 깊어졌다.

이 경험은 나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다. 무조건 참거나 튕기는 게 아니라, 내가 느낀 감정을 제대로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그건 단순히 '싫다'는 감정을 발산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면서 관계를 지키는 방식이었다.

 

관계의 온도가 달라졌다

일주일 동안 ‘싫어요’를 하루 한 번씩 말해보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나 자신보다도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처음엔 거리감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서로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다는 걸 느꼈다. 말하지 않았을 땐 ‘상대가 날 모르겠네’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면 말하지 않은 건 나 자신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부모님과의 대화였다. 평소엔 뭐든 받아들이고 조용히 있는 편이었는데, 이번엔 “엄마, 그 말 들으면 좀 부담스러워요. 지금은 제 방식대로 해보고 싶어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말이 계기가 되어 그날 대화는 오랜만에 ‘어른 대 어른’으로 이어졌다. 나를 통제하려던 말투도 사라졌고, 내 선택을 존중하려는 분위기가 생겼다.

감정 표현은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게 아니라, 더 명확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언어라는 걸 알게 됐다. 단순한 말 한마디가 관계의 질을 바꾼다는 걸 실감한 시간이었다.

 

‘싫어요’는 관계를 망치는 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지키고, 타인과의 거리를 건강하게 조절하는 감정의 표현이었다. 이 실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변화는, 누군가에게 말하는 법이 아니라 나 자신을 존중하는 말투를 배우게 된 것이었다.